국가는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끝나지 않은 질문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약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천천히 기울었다. 수백 명의 승객이 선내에 갇혀 있었고, 구조가 가능했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그 시간 동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 질문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배의철 변호사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이 질문을 법정과 국회, 언론을 통해 수차례 제기해왔다. 그는 “국가는 물에 빠진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다. 구조할 수 있었지만 구조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실제 사건 기록, 통신 로그, 해경 및 청와대 보고 체계 등을 바탕으로 한 문제 제기다.
골든타임의 핵심은 '무대응'이었다
당시 해경이 세월호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점은 8시 52분 전후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시점은 약 10시 30분경이다. 약 1시간 반의 시간이 존재했다. 그 시간 동안 정부는 어떤 조치를 했는가? 배의철 변호사는 구조 지연의 원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목했다.
- 초기 상황 인지 이후, 승객들에게 퇴선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던 점
- 헬기·함정 등 구조 자원의 현장 도착 이후, 선체 내부 진입 명령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 현장 판단이 아닌 청와대와 해경 본청 보고 체계에만 매달렸던 행정 지연
특히 해경 123정과 해군 헬기가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점은 빠른 편이었지만, 실제로는 현장 구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구조 요원은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고, 방송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반복되었다.
청와대와 해경, 책임 회피 구조
배의철 변호사는 구조 지연의 배후에는 “지휘 체계의 책임 회피 문화”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상황실에서 현장을 신속히 판단하고 행동에 옮겼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보고 지연과 승인 대기 체계만 반복됐다. 8시 55분부터 해경과 해양수산부, 국무조정실, 청와대 간에 무수한 통화가 오갔지만, 어느 누구도 구조 지휘를 명확히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 판단권을 가진 인물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기다리자', '본청 판단을 듣자'는 식으로 결정을 미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실제 구조 지휘와 현장 상황 판단을 맡아야 할 컨트롤타워가 분산되어 있어 혼란만 가중됐고, 결국 300명 가까운 인명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법정에서 밝힌 구조 지연의 증거들
배의철 변호사는 법정에서 여러 차례 구조 실패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제출해왔다. 해경 영상기록, 선내 CCTV 분석, 민간잠수사 진술서, 청와대 보고 체계 문건 등이 그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조는 가능했다. 이미 배는 천천히 기울고 있었고, 구조 자산은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을 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퇴선을 명령하라는 방송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도 모두 정지되어 있었다.” 그는 이를 “불행한 우연의 집합이 아닌, 명백한 구조 실패”로 규정했다. 또한 그 책임은 일선 해경만이 아니라, 구조를 총괄해야 할 국가 전반에 있다고 주장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회피 중인 책임
2024년 기준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적 책임은 일부 인정되었지만, 고위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해경청장이나 청와대 상황실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았다. 배의철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두고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고, 책임은 회피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현재도 세월호 구조 지연 책임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해당 재판에서 새롭게 드러난 통신기록과 진술서를 통해 “당시 누구도 구조의 주체가 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구조는 타이밍의 문제였다
세월호 사건에서 ‘골든타임’은 단순한 구조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의미한다. 배의철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 단어를 계속 반복하며 강조해왔다. 그는 말했다. “골든타임은 지나갔지만, 진실을 밝힐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우리가 그 시간을 붙잡지 않으면, 다음 세월호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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