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CCTV는 왜 멈췄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천천히 침몰했지만, 선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세월호 내부 CCTV 영상 기록이 침몰 직전 멈췄기 때문이다. 이 결정적인 ‘정지 시점’은 참사 당시 구조 실패와 함께 가장 큰 의혹 중 하나로 지목됐다. 배의철 변호사는 참사 이후 수년간 세월호 디지털 자료의 분석을 주도하며, CCTV가 꺼진 시점과 그 원인에 대한 법적, 기술적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장비 고장의 문제가 아닌, 의도적 누락 혹은 부실 관리에 의한 ‘진실의 공백’이라고 할 수 있다.
CCTV 정지 시각 – 8시 48분경
세월호 침몰이 본격화되기 전, 선내 CCTV는 오전 8시 48분을 끝으로 영상 기록을 멈췄다. 이후 구조 직전까지 1시간 40여 분 동안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은 전무하다. 해당 영상 시스템은 다채널 디지털 녹화장치(DVR)로, 배 전체의 복도와 복원구 주변, 주요 선실을 촬영하던 것이었다. 배의철 변호사는 “당시 선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 CCTV였고, 이는 향후 책임소재와 대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결정적 자료”였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왜 이 중요한 자료가 침몰 전 끊겼는가?
디지털 저장장치(DVR)의 회수 시기와 의혹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사고 발생 3년 후인 2017년이었다. 인양 이후 수거된 DVR은 국과수 및 전문가 위원회에 의해 분석됐지만, 복원된 영상은 참사 당일 오전 8시 48분까지만 기록되어 있었다. 배의철 변호사는 DVR 회수와 복원 과정을 둘러싼 다음의 쟁점을 지적했다.
- DVR은 조타실이 아닌 별도의 CCTV함에서 수거되었으며, 훼손 없이 보존된 상태였다.
- 8시 48분 이후 영상 기록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백업 흔적 또한 찾을 수 없었다.
- 국과수 감정 보고서에는 ‘정상 작동 시 정지 사유가 없음’이라고 기술돼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기록이 없도록 작동이 중단되었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배의철 변호사는 “정확한 정지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 결론이 없다면, 조작이나 방기 가능성을 포함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누가, 왜 기록을 멈추게 했는가?
세월호 DVR은 선내 전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해경이 사고 당일 선박에 접근했을 때도 여전히 일부 조명이 작동 중이었다는 진술이 존재했다. 이 말은 곧, 배 안의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녹화가 중단됐을 가능성을 뜻한다. 배의철 변호사는 이 점에 주목해 DVR이 정지한 것은 단순한 침수에 의한 손상이 아니라, “시스템적 중단이거나 사전적 오류 가능성”을 제기한다. 즉, 특정 인물이나 부서에 의해 중단됐거나, 고의적 미작동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그는 이를 통해 “국가기관 혹은 운영사 측에서 영상기록을 사전에 통제했거나, 필요한 영상이 일부 사라졌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증거 인멸 가능성까지 제시한 바 있다.
국회·특조위에서도 다뤄진 의혹
2015년~2016년 운영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CCTV 정지 시점과 영상 누락은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당시 전문가 자문을 통해 “녹화 시스템은 침몰 이전에 정지된 것으로 보이며, 시스템 상의 충격, 침수, 정전이 원인이 아닌 다른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특조위가 강제수사권을 가지지 못한 탓에 DVR 기록의 분석은 완전한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고, 검찰도 이 부분은 형사 책임의 직접 증거로 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배의철 변호사는 “기술적 분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가가 진실 규명을 회피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록은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다. 특히 구조 실패, 지휘 지연, 퇴선 명령 여부 등과 관련된 쟁점에서 CCTV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다. 배의철 변호사는 세월호 사건처럼 ‘현장 관계자의 기억이 모호한 사건’에서 디지털 자료는 사실상 유일한 실증 자료라고 강조한다. 그는 법정에서 “기억은 변할 수 있지만, 영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영상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진실 부재의 가장 큰 증거”라고 말했다.
기록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할 때
세월호 CCTV 영상이 끊긴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배의철 변호사는 이 공백을 “국가 책임의 핵심”이라고 본다. 국가가 구조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구조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만든 것도 또 하나의 범죄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디지털 증거에 대한 재조사 요구를 다시 제기하고 있으며, 특조위 종료 이후 민간 디지털 포렌식 팀과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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